기업에 AI를 들이는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갈렸어요. 새 업무 시스템을 처음부터 세우거나, 이미 돌고 있는 시스템 위에 AI를 얹거나. KT가 27일 공개한 기업용 에이전틱 AI 플랫폼 ‘에이전틱 온’은 뒤쪽을 골랐습니다. 앞쪽은 잘못 건드리면 업무가 통째로 멈출 수 있지만, 뒤쪽은 기존 데이터와 시스템에 AI를 연결해 필요한 만큼만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새 시스템을 세우지 않는다는 것
에이전틱 온은 기업이 이미 쌓아둔 내부 문서와 데이터, 업무 시스템, AI 모델을 그대로 쓰면서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도록 설계됐어요. 복잡한 프로그래밍을 직접 하지 않아도 필요한 기능을 조합해 자기 업무에 맞는 에이전트를 만들고 운영하는 구조입니다. 데이터와 AI 모델, 에이전트를 한곳에서 관리하는 기능도 함께 들어갔고요.
가장 눈에 띄는 건 여러 에이전트가 역할을 나눠 하나의 업무를 끝까지 처리한다는 점이에요. 문서 검토, 승인 요청, 업무 시스템 입력처럼 단계가 나뉘는 일을 각각의 에이전트가 맡아 처리하고 최종 결과까지 내놓습니다. 한 사람이 전부 붙들고 있던 일을 접수 담당과 검토 담당, 결재 담당이 나눠 맡는 작은 팀을 옆에 두는 셈이죠.
반복 업무 처리 방식도 실무에서 체감이 큰 대목이에요. 처음에는 최대 5단계의 지시가 필요한 일도 한 번 수행한 뒤에는 다음부터 한 번의 지시만으로 전체 과정이 돌아간다고 KT는 설명했습니다.
권한과 기록은 누가 챙기나
기업용 AI에서 가장 자주 걸리는 지점은 보안과 책임 소재예요. 에이전틱 온은 기업 정책에 따라 데이터와 AI 모델, 에이전트의 접근·실행 권한을 관리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오류 응답을 막는 안전장치를 넣었습니다. AI가 어떤 판단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업무 수행 이력도 추적하고 관리할 수 있어요.
“기업의 AX에서 중요한 것은 AI 에이전트 하나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데이터와 시스템,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연결해 실질적인 업무 성과를 내는 것”
KT가 이번 공개와 함께 직접 밝힌 설명입니다. 특정 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기업 환경에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같이 내놨죠.
통신사가 기업용 AI를 미는 까닭
국내 기업용 AI 에이전트 시장에서 겨루는 진영은 통신사만이 아니에요. SKT는 자체 모델 기반 기업 서비스를, 삼성SDS와 LG CNS는 클라우드와 컨설팅을 앞세워 같은 시장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에이전트를 몇 개 만들었느냐”보다 “실제 업무에서 몇 시간을 아꼈느냐”가 구매 기준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요.
이번 공개는 국내 AI 경쟁의 무게추가 모델 성능에서 업무 연결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혀요. 좋은 모델을 가진 회사가 이기는 게 아니라, 고객사가 이미 쓰는 시스템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얹히느냐가 승부를 가른다는 뜻이거든요. KT가 산업을 가리지 않겠다고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 나온 판단입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실제 도입 사례가 언제, 어느 업종에서 먼저 나오느냐예요. 문서와 결재 단계가 많은 금융과 제조가 첫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고, 연내에 레퍼런스가 하나라도 나오면 내년 기업용 AI 예산 편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겁니다. 에이전트를 만드는 경쟁보다 굴리는 경쟁에서 먼저 성과를 낸 쪽이 시장을 가져가겠네요.
- 원문: 연합뉴스 — [AI픽] KT ‘에이전틱 온’ 공개…여러 AI가 나눠 일한다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9-27 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