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만 한 부품 하나가 4조원어치 계약으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삼성전기가 글로벌 전력·전자부품 업체와 AI 서버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장기공급계약(LTA)을 막바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어요. 계약 규모는 7천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이게 성사되면 최근 네 달 남짓 쌓아온 AI 부품 계약이 합계 4조원을 넘어섭니다. 왜 지금 이 부품에 이만한 돈이 몰릴까요.
네 달 만에 4조, 숫자가 먼저 움직였다
삼성전기는 지난 5월부터 이달 초까지 실리콘 캐패시터와 AI 서버용 MLCC를 중심으로 총 3조3,200억원 규모의 LTA를 잇달아 체결했습니다. 여기에 현재 협상 중인 7천억원 안팎의 계약이 더해지면 누적 규모는 4조원을 웃돌게 돼요. 회사는 글로벌 기업 10여 곳과 이미 LTA를 맺은 상태로, 추가 계약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LTA는 물량과 가격을 미리 묶어두는 장기 계약이라 한 번 체결되면 몇 년치 매출이 바닥에 깔리는 구조입니다. 부품 회사가 이런 계약을 연달아 따낸다는 건, 고객사가 그만큼 물량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서버 한 대에 10배, 가격은 3배
MLCC는 전자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조절하고 부품 사이 신호 간섭을 막아주는 부품입니다. 스마트폰에도 들어가지만, AI 서버용은 요구 조건이 완전히 다릅니다.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24시간 돌아가야 해서 용량과 신뢰성 기준이 훨씬 높고, 일반 서버보다 탑재량이 10배 이상 많아요. 가격도 모바일용보다 최소 3배 이상 비쌉니다.
그래서 지금 업계의 관심은 수주 규모보다 생산능력 쪽으로 옮겨가 있습니다. 삼성전기의 MLCC 가동률은 이미 90% 후반으로 최대치에 가깝고, 일부 제품 가격은 오른 상태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요. 업계 1위인 일본 무라타도 최근 일부 범용 MLCC 생산을 접고 AI·데이터센터용 고부가 제품으로 생산 역량을 몰아넣는 흐름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AI 서버 플랫폼 업그레이드와 클라우드 사업자의 맞춤형 AI 반도체 생산 확대에 따라 고부가 MLCC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올해 4분기가 본격적인 공급 부족 국면 진입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실적 전망도 같이 올라간다
증권가는 컴포넌트솔루션 사업부 영업이익이 지난해 약 6천억원에서 올해 약 1조3천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2조원대 후반, 2028년에는 4조원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나옵니다. 삼성전기도 지난 16일부터 MLCC 재료·제품·설비개발과 패키지 부문 경력 채용을 시작하며 몸집을 키우는 중이에요.
함의와 다음 확인 지점
AI 붐이 메모리와 파운드리에 머물지 않고 소재·부품까지 내려온 장면입니다. 서버가 늘면 GPU만 필요한 게 아니라, 전류를 다스리는 부품과 열을 감당하는 부품이 함께 필요하거든요. 한국 부품사 입장에서는 AI 사이클의 수혜 범위가 넓어졌다는 뜻이고, 반대로 범용 제품 의존도가 높은 중소 부품사에는 격차가 벌어지는 국면이기도 합니다.
이번 계약은 매출이 한 번 늘어나는 이벤트라기보다, 부품 업계의 이익 구조가 범용에서 고부가로 넘어가는 흐름을 확인해주는 신호로 읽혀요. 다음 확인 지점은 4분기 공급 부족 여부와 계약 상대방 공개 시점이고, MLCC 가격 인상분이 실제 실적에 언제 반영되는지도 함께 지켜볼 만합니다.
- 원문: 연합뉴스 — 삼성전기, AI용 MLCC 추가 수주 임박…올해 장기계약 4조원 눈앞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9-20 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