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나스닥에서 265억 달러(약 40조 원)를 조달하며 환호받는 동안, 삼성전자의 미국 상장 가능성은 조용히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어요. 같은 한국 반도체 기업인데 한 쪽은 ‘역대 외국 기업 최대 IPO’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다른 한 쪽은 왜 아직 신중한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두 회사의 ‘셈법’을 들여다보면 꽤 선명해져요.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은 말 그대로 대박이었어요. 11일(현지시간) 조건부 거래를 순조롭게 마치며 미국 증시에 안착했고, 첫날 주가는 13% 급등했죠. 넬슨 그리그즈 나스닥 사장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블록버스터 상장”이라고 치켜세웠어요. 알리바바의 250억 달러(2014년)를 넘어선 외국 기업 IPO 사상 최대 기록인 데다, 스페이스X에 이어 미국 전체 IPO 기준으로도 두 번째 규모였거든요.
이렇게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자연스럽게 삼성전자 ADR(미국주식예탁증서) 상장에 대한 기대도 재점화됐어요. 올해 초 삼성전자 주요 주주인 미국 자산운용사 아티산 파트너스의 데이비드 삼라 전무이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에 접근할 방법이 없어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없다”며 ADR 상장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바 있어요. 최근 국내 증권가에서도 해외 투자자들의 관련 문의가 예상보다 많다는 이야기가 들리고요.
삼라 전무가 근거로 든 건 TSMC의 사례예요. TSMC는 1997년 ADR 발행으로 5억 2,000만 달러를 조달한 뒤 미국 시장에서 대만 상장 주식보다 높은 평가를 받아왔어요. 한때 두 시장 간 가격 괴리율이 30%를 넘기도 했고, 현재 TSMC 시가총액은 약 1조 7,000억 달러에 달하죠. 미국 상장을 통한 글로벌 자금 유입이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살아있는 증거예요.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는 어려워요. 가장 큰 차이는 자금 조달의 시급성이에요. SK하이닉스는 HBM 생산능력 확대와 신규 팹, 첨단 패키징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서 신주 발행을 병행했지만, 삼성전자는 자체 보유 현금과 영업현금흐름만으로도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여력이 있어요. 시가총액도 지난 5월 1조 달러를 넘어섰고, 국내 증시에서도 충분한 자본 조달 능력을 갖추고 있죠. 기존 주주의 지분을 희석하면서까지 미국에서 대규모 자금을 끌어올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거예요.
반면 미국 상장사가 되면 감당해야 할 부담은 훨씬 커져요. SEC 등록, 연차보고서(Form 20-F), 주요 정보 공시(Form 6-K) 의무가 생기고, 재무제표뿐 아니라 경영진 보상, 특수관계인 거래, 기업지배구조까지 공시 범위가 대폭 확대되거든요. 반도체 단일 업종에 가까운 SK하이닉스와 달리, 반도체·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를 아우르는 삼성전자는 설명하고 방어해야 할 사업 위험의 폭이 훨씬 넓어요. 복잡한 지배구조와 순환출자 이슈도 미국 자본시장에서는 추가적인 컴플라이언스 리스크가 될 수 있고요.
이번 변화는 삼성전자의 미국 상장이 단순한 ‘언제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하느냐’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줘요. SK하이닉스처럼 생존을 위한 자금 조달이 절실한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만을 위해 감내해야 할 규제·공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거죠. TSMC처럼 30년 뒤를 내다본 승부수가 될지, 아니면 지금처럼 국내 증시에서의 존재감으로 충분하다는 판단이 유지될지는 삼성전자가 HBM과 파운드리 투자 경쟁에서 어떤 카드를 꺼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요.
- 원문: 블로터 — SK하이닉스 ADR 흥행에도…’삼성전자 미국 상장’ 어려운 이유
- 보조: 전자신문 — 나스닥 사장 “SK하이닉스 상장, 대박”…”삼성전자도 상장하나?” 물었더니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7-12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