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AI 없는 2030년 상상하며 AX 전면전

지난 3일 경기 용인 신한은행 블루캠퍼스. 신한금융그룹 경영진 약 300명이 모인 하반기 경영포럼장에 한 편의 영상이 상영됐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2030년, 신한금융그룹이 시장에서 사라진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였다. AI 전환에 실패한 금융그룹의 말로를 생생하게 그려낸 이 영상은, 이날 포럼의 슬로건인 ‘생동하는 신한, 압도적 몰입’이 단순한 구호가 아님을 웅변하고 있었거든요.

신한금융이 인공지능 전환(AX)을 하반기 경영전략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단순한 앱 고도화나 업무 자동화를 넘어, 고객 접점과 내부통제, 인재 육성, 경영진 의사결정까지 그룹 전반을 AI 기반으로 재설계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면에는 통합 금융플랫폼 ‘신한 슈퍼SOL’이 놓여 있다.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그룹사 핵심 기능을 하나의 앱에 통합하고, AI 에이전트를 적용해 고객이 자연어로 질문하면 금융상품 추천부터 가입,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도록 설계 중이다. 대화형 금융 업무 범위도 50여 개로 제시됐다. 단일 앱 안에서 개인화 추천, 상담, 상품 가입, 사후관리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목표로 한다.

내부통제 영역도 AI로 무장했다. 그룹 공동 내부통제 플랫폼인 신한 책무이행관리시스템(SCoRE)에 생성형 AI를 결합한 ‘스코어 AI’를 구축한 것. 여러 부서의 점검 활동을 요약·분석하고, 임원별 책무 이행 점검과 증빙자료 검증을 지원한다. 금융사고나 제재, 법령 개정 같은 외부 현안도 실시간으로 수집해 담당 임원의 점검 업무에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인재 육성도 야심 차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AX·Web3 아카데미’를 출범하고 전 임직원 약 1만 2,000명을 대상으로 AI 활용 교육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1,000명은 해당 분야 핵심 전문가로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외부 전문가를 전임교수로, 학계·업계 전문가를 기술 파트너로 두는 체계도 별도로 마련했다.

포럼에서는 또 하나의 이색 장면이 연출됐다. 자체 제작한 AI 에이전트가 경영진 토론의 ‘레드팀’으로 참여해 실시간 반론과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AI가 경영진의 사고를 검증하는 구도였는데, 참석자들은 이를 두고 “AI가 조언자를 넘어 비판자 역할까지 맡는 시대가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해요.

비은행 계열사도 AX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조직개편에서 AX본부를 신설했고, 신한라이프는 텔레마케팅 시스템을 재구축하며 AI 기반 상담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KB국민은행이 ‘AI 뱅커’ 서비스를, 하나은행이 ‘AI 자산관리’를 내세우는 등 금융권 전반에서 AI 활용 역량이 운영 효율성과 고객 경험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신한금융의 이번 행보가 특히 주목받는 건, 기존 디지털 전환이 프런트엔드(앱·UI)에 집중됐다면 이번 AX 전략은 백오피스와 리스크 관리, 조직 문화까지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에요. 금융권의 AI 도입이 ‘고객용 챗봇’ 수준에 머물던 단계를 넘어, 기업 운영의 DNA 자체를 바꾸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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