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스타트업 투자 3배, AI·로보틱스만 웃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뛰며 7조 8,000억 원을 넘어섰다. 상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6조 9,358억 원)을 이미 넘어선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회복을 넘어선 폭발적 성장이지만, 그 자금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꽤 복잡해지거든요.

더브이씨(THE VC)가 5일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투자 건수는 54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줄었다. 그런데 투자 금액은 204.7% 급증했다. 건수는 줄고 금액은 늘었다는 건, 소수 대형 딜에 자본이 집중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100억 원 이상 대형 딜은 141건으로 전년 동기(85건) 대비 67% 증가했고, 이들이 전체 투자액의 93%를 차지했다.

특히 AI와 로보틱스 분야의 쏠림이 두드러진다. 이 분야 상반기 투자액은 2조 6,8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85.2% 급증했다. 시드 라운드만 떼어 보면 투자액의 91.5%가 AI·로보틱스에 몰렸다. 초기 단계 자금이 거의 전부 딥테크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셈이에요.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초기 라운드의 대형화다. 상반기 시드~시리즈A 투자 건수는 16.9% 줄었지만, 평균 투자 금액은 72억 원으로 90.2% 상승했다. 아스테로모프가 시드 라운드에서 420억 원을, 컨피그인텔리전스가 400억 원을 유치하는 등 과거 같으면 시리즈B 이상에서나 볼 법한 규모가 시드 단계에서 등장하고 있다. 시드 라운드 평균 투자액은 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5.6%나 뛰었다. 라운드별 중앙값 투자 금액도 70억 원으로 2배 상승했다.

더브이씨 측은 “투자 시장 내 자금 규모는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자본이 전체 기업으로 고르게 분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형 딜과 AI·딥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는 선별적 투자 기조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나무의 2조 2,160억 원 규모 구주 인수 거래를 제외하더라도 상반기 누적 투자액은 5조 5,6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수준이라, 특정 초대형 딜 하나가 전체 그림을 왜곡한 건 아니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양극화가 당분간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AI가 아닌 분야의 초기 스타트업은 시리즈A 문턱을 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고, 다른 심사역은 “투자 심사가 기술력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창업자의 학위나 연구 실적이 투자 결정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어요. 글로벌 트렌드와 비교해도 비슷한 흐름이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벤처투자에서 AI 관련 딜이 전체 금액의 42%를 차지했고, 한국은 이보다 더 극단적인 쏠림을 보이고 있다.

이번 데이터가 보여주는 건 단순한 투자 회복이 아니에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넓게 퍼뜨리기’에서 ‘깊게 파고들기’로 구조 전환을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히거든요. AI·로보틱스 딥테크 기업들에 자본이 몰리는 현상은 글로벌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지만, 동시에 전체 스타트업 저변이 좁아질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어요. 하반기에도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한국 스타트업 지형은 ‘딥테크 강자’와 ‘그 외’로 뚜렷하게 갈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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