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현지시각), 한 로봇공학 스타트업의 사무실에서 창업자 제이 리(Jay Li)는 테슬라의 옵티머스 팀을 떠난 뒤 맞닥뜨린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마무리했다. 하나는 테슬라가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의 합의, 다른 하나는 퍼스트라운드캐피털로부터의 1,100만달러(약 160억원) 투자 유치다. 그의 스타트업 프로셉션(Proception)이 만드는 건 다름 아닌 인간형 로봇의 손 — 옵티머스 팀이 아직 완성하지 못한 바로 그 부품이다.
프로셉션은 인간 수준의 손재주를 가진 로봇 핸드를 개발하는 회사다. 24개의 자유도를 구현하며, 촉각 센서 어레이를 통해 물체의 질감과 강도를 실시간 감지할 수 있다. 테슬라는 리가 퇴사 후 설립한 이 회사를 상대로 “옵티머스 액추에이터 관련 영업비밀을 유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주 양측은 구체적 합의 조건을 공개하지 않은 채 소송을 종결했다. 합의 직후 퍼스트라운드캐피털이 리드한 시리즈A 라운드가 클로징된 점을 감안하면, 테슬라 측이 투자 유치를 가로막을 만한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건은 옵티머스 프로젝트의 인재 유출이라는 더 큰 그림의 일부다. 지난 2년간 옵티머스 팀에서는 핵심 엔지니어들이 피규어AI, 1X, 앱트로닉 등 경쟁 휴머노이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프로셉션의 사례는 단순한 이직을 넘어 전직 직원이 전 고용주가 해결하지 못한 기술적 난제를 별도 창업으로 풀어내는, 실리콘밸리에서는 드물지 않지만 휴머노이드 산업에서는 첫 사례에 가깝다.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로봇공학 투자자는 “테슬라가 1,000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투입해도 2년째 제대로 된 로봇 손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12명의 스타트업이 먼저 상용화 문턱에 섰다는 건 옵티머스의 R&D 방식에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고 평했다. 반면 테슬라 강세 측 애널리스트는 “옵티머스의 가치는 손 하나가 아니라 대량생산 능력에 있다”며 “스타트업의 핸드가 아무리 정교해도 연간 수만 대를 찍어낼 수 없다면 의미가 제한적”이라고 반박했다.
프로셉션이 목표로 하는 시장은 단순히 옵티머스의 부품 납품이 아니다. 회사는 자사 로봇 핸드를 테슬라뿐 아니라 피규어AI, 1X, 앱트로닉,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휴머노이드 제조사 전반에 공급하는 독립 부품사 모델을 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휴머노이드 산업이 스마트폰 시장처럼 수직계열화(애플)와 부품 생태계(퀄컴)로 갈라지는 시점이 임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맥킨지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휴머노이드 부품 시장이 2030년까지 32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프로셉션의 등장은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수직계열화’와 ‘부품 전문 생태계’ 사이에서 갈림길에 섰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테슬라처럼 모든 것을 내재화하려는 거대 기업과, 한 부품에 특화한 스타트업 중 어느 쪽이 더 빨리 진화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옵티머스의 핵심 인재들이 밖으로 나가 더 민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전략이 ‘속도’라는 가장 중요한 축에서 경쟁자들에게 추격당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점입니다.
- 원문: The Next Web — A former Tesla Optimus engineer settled a trade secret lawsuit and raised $11M
- 보조 출처: MSN/Money — Robot hand company settles Tesla trade secret suit and announces $11M raise
-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6-30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