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의원 제스 아사토(Jess Asato)가 일론 머스크의 xAI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배경을 담은 심층 인터뷰가 29일(현지시각) 공개됐다. 노동당 소속 로스토프트 지역구 의원인 아사토는 xAI의 챗봇 그록(Grok)이 자신을 비키니 차림의 성적 이미지로 합성한 것에 대해 “세계 최고 부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지난 6월 초 런던 고등법원에 접수됐다. 아사토 의원은 지난 5월 의회에서 비동의 성적 딥페이크 이미지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직후, 그록을 통해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노골적 이미지가 X 플랫폼에 유포되는 피해를 입었다. 소장에는 “xAI가 그록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설계하면서 비동의 성적 합성물 제작을 막을 안전장치를 의도적으로 배제했거나 불충분하게 적용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정치적 파장도 상당하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공개적으로 아사토를 지지하며 “역겨운 이미지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전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현재 온라인안전법(Online Safety Act) 개정을 통해 AI 생성 성적 이미지의 제작·유포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이 소송은 영국을 넘어 EU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그록의 이미지 생성 기능은 올해 초 출시 직후부터 여러 국가에서 규제 조사 대상이 됐다. 캐나다에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X 플랫폼의 비동의 딥페이크 유통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호주와 프랑스에서도 유사한 법적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더 거시적으로 보면, 이번 소송은 머스크의 ‘자유발언 절대주의’와 유럽의 ‘규제 기반 AI 거버넌스’가 정면 충돌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머스크는 X 플랫폼을 인수한 이후 콘텐츠 모더레이션을 대폭 완화했고, 그록의 이미지 생성 가드레일 역시 오픈AI의 DALL-E나 구글의 이마젠 대비 현저히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영국 총리까지 나서 한 의원의 소송을 공개 지지한 것은, 유럽 정치권이 머스크식 AI 자유방임 모델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선언의 성격도 띤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AI 생성 콘텐츠의 법적 책임 소재를 가리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영국 미디어 전문 변호사인 한 관계자는 “AI 모델 제공자가 타인의 이미지를 무단 합성한 결과물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인지 — 이것은 단순한 개인정보 침해를 넘어 AI 모델 설계자의 제품책임 문제로 확장될 수 있는 쟁점”이라고 평가했다. xAI 측은 현재까지 이 소송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재판의 진짜 무게는 손해배상 액수나 의원 개인의 명예회복을 넘어섭니다. 영국 고등법원이 다루게 될 쟁점은 ‘AI가 생성한 모든 결과물에 대해 모델 제공자가 책임을 지는가’가 아니라, ‘모델 설계 단계에서 충분한 안전장치를 넣을 의무가 있는가’입니다. 후자라면 AI 기업의 책임 범위는 훨씬 넓어지고, 이는 오픈AI, 구글, 메타까지 동일한 잣대로 연결됩니다. 아사토 의원 개인의 소송이지만, 판결이 나오는 순간 실리콘밸리 전체의 AI 제품 설계 관행이 바뀔 수 있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정치인 대 기업’ 구도를 넘어 AI 산업의 안전 기준을 정립하는 첫 법정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