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K-AI 얼라이언스 2.0’을 공식 가동했다. 3년 전 20여 개사로 출발한 이 연합체가 이제 50개사 이상으로 몸집을 키우며, 한국 AI 생태계를 글로벌 무대로 연결하겠다는 야심찬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시기도 절묘하다. AI 패권 경쟁이 모델 싸움에서 생태계 싸움으로 옮겨가는 바로 이 순간, SK가 왜 ‘연합’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네요.
SK그룹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나이트 2026’ 행사를 열고 K-AI 얼라이언스 2.0의 비전을 공개했다. 유영상 SK수펙스추구협의회 AI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AI 모델과 반도체에서 자강하지 못하면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한국 AI 생태계가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결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얼라이언스 2.0의 핵심은 세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투자 — SK가 100개 AI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둘째, 반도체 — SK하이닉스의 HBM과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이 우선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셋째, 플랫폼 — 실리콘밸리에 K-AI 얼라이언스 거점을 마련해 한국 스타트업의 북미 진출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재미있는 건 이 얼라이언스의 확장 속도다. 2023년 첫 출범 당시 21개사였던 회원사가 3년 만에 50개를 넘어섰다. 리벨리온, 퓨리오사AI 같은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부터 업스테이지, 뤼튼 같은 AI 플랫폼 기업까지 가세했다. 여기에 글로벌 빅테크와의 연결고리도 만들고 있는데, 행사에는 실리콘밸리 주요 VC와 액셀러레이터들도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숫자로 보면 SK의 AI 베팅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SK그룹은 올해 AI와 반도체에만 2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을 올 하반기 시작하고, SK텔레콤은 연내 AI 데이터센터를 3곳 추가로 열 예정이다. 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은 이 인프라를 시장 가격보다 낮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SK의 이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 AI 생태계의 구조적 약점을 정면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AI 스타트업들은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도 글로벌 진출에서 번번이 벽에 부딪혔다. 투자 규모도 미국·중국에 비해 턱없이 작고,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협업도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K-AI 얼라이언스는 이 세 가지 문제 — 투자, 인프라, 글로벌 네트워크 — 를 한 번에 해결하겠다는 실험인 셈이다.
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조심스러운 시선도 있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주도의 얼라이언스가 스타트업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을지, 또 SK의 이해관계에 치우친 생태계가 되지 않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벤처캐피털 심사역은 “100개 스타트업을 키운다는 목표는 야심차지만, 단순한 숫자 채우기가 아니라 진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얼마나 배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SK의 이번 시도는 ‘왜 지금인가’라는 질문에 꽤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고 있어요. 글로벌 AI 경쟁이 점점 진영화되는 국면에서 한국이 혼자서는 버티기 어렵다는 위기감, 그리고 SK라는 대기업이 플랫폼 역할을 자처하며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요. 물론 진짜 시험대는 앞으로예요. 100개 스타트업 목표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실제 유니콘을 탄생시키는 결과로 이어질지, 실리콘밸리에서의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적어도 방향은 맞다고 보여요.
원문: 전자신문 — SK, ‘K-AI 얼라이언스’ 50개사로 확대…”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보조: 뉴스1 — SK “AI 스타트업 100개 키운다”…’K-AI 얼라이언스 2.0′ 공개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6-28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