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4,000달러, 그리고 4.7%. 두 숫자만 봐도 한국 AI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되거든요.
앤트로픽의 AI 챗봇 ‘클로드’가 국내 생성형 AI 앱 시장에서 구글 ‘제미나이’를 밀어내고 매출 2위에 올랐다. 12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발표 기준, 아이폰 이용자 생성형 AI 앱 매출 순위에서 챗GPT-클로드-제미나이 순으로 재편된 것이다. 그간 챗GPT 1위, 제미나이 2위로 굳어지리라 믿었던 구도가 흔들린 거죠.
클로드의 상승세는 가파르다. 지난달 5일에는 하루 매출 10만 4,000달러(약 1억 6,000만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전날보다 두 배 이상 뛴 수치다. 매출 성장률만 놓고 보면 챗GPT와 제미나이를 모두 제치고 1위다.
이런 매출 폭증을 견인한 건 신규 다운로드보다 ‘기존 이용자의 업그레이드’였다. 다운로드 수 자체는 이전과 비슷했지만, 유료 구독 전환과 상위 요금제로 갈아타는 이용자가 급증했다. 특히 코딩 기능을 주로 쓰는 개발자층이 월 220달러짜리 ‘맥스 20x’ 같은 고가 요금제로 대거 이동한 영향이 컸다.
앤트로픽은 올해 들어 ‘오퍼스 4.8’, ‘미토스 프리뷰’, ‘페이블 5’ 등 최신 모델을 연이어 선보이며 “성능 면에서 최신 챗GPT를 앞선다”는 평가를 쌓아왔다. 시장도 이를 인정해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는 9,650억 달러로, 오픈AI의 8,520억 달러를 뛰어넘었다.
한국 시장은 클로드에 특히 의미가 크다. 국가별 매출 비중을 보면 미국이 41.1%로 1위지만, 한국이 4.7%로 당당히 2위다. 일본보다도 높다. 챗GPT와 제미나이가 미국·일본·한국 순으로 매출이 큰 구조와는 확연히 다른 지형이다.
웹 지표도 성장세다. 클로드 웹사이트는 지난 3~5월 방문자 성장률에서 챗GPT와 제미나이를 모두 앞질렀다. 전체 이용자의 58.8%가 웹으로 접속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PC 업무 환경에서 생산성 용도로 클로드를 활용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앤트로픽은 이달 중 서울 사무소를 공식 개소한다. 최기영 전 스노우플레이크 한국 총괄을 지사장으로 선임했고, 서울은 아시아태평양 세 번째 거점이 된다. 폴 스미스 앤트로픽 CCO는 “한국 기업들은 이미 클로드를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게 사용하는 이용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국 AI 시장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 단순히 ‘써보는’ 단계를 넘어 ‘돈을 내고 쓰는’ 시장으로 진화하면서, 성능과 사용자 경험에서 앞서는 서비스가 순식간에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걸 클로드가 증명해 보이고 있다.
국내 토종 AI 서비스들에겐 부담스러운 장면일 수밖에 없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카카오 카나나, SKT 에이닷 모두 생성형 AI 앱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 간의 경쟁이 한국 시장에서 이렇게 치열해지면 설 자리가 더 좁아질 수 있어서다. 다만 앤트로픽이 서울 사무소를 열고 한국 기업·스타트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한 점은 국내 AI 생태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겠네요.
- 원문: ZDNet Korea — 제미나이 밀어낸 ‘클로드’…국내 AI 시장 2위 격변, 비결은?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6-12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