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월요일 오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 MIT 교수가 X에 한 통의 글을 올렸다. “일론 머스크에게 드리는 제안입니다. 말을 행동으로 옮길 기회예요. 2036년이면 돈이 무의미해진다고 하셨죠? 그럼 현재 약 1조 달러의 자산을 2036년까지 자선단체에 전액 기부하겠다고 약속해보시죠.” 수시간 뒤 머스크의 답변이 달렸다. “나 실제로 그런 쪽으로 뭔가 할 거예요!“
포춘(Fortune)의 7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아제모을루의 이 도발은 머스크가 지난 6월 “AI와 로봇공학의 발전으로 돈은 언젠가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한 발언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아제모을루는 “이는 AI와 기술의 힘에 대한 당신의 신념을 엄청난 신뢰도로 입증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선정되는 자선단체는 “공정한 제3의 기관이 효과적이고 비이념적이라고 승인한 곳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머스크의 이 ‘깜짝 응답’은 그가 지금까지 보여온 자선에 대한 태도와는 정반대의 신호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머스크는 2025년 12월 니킬 카마스(Nikhil Kamath)의 WTF 팟캐스트에서 “인류애에는 동의하고, 우리 동료 인간들을 돕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그게 아주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머스크의 기부 행적도 이런 발언과 무관하지 않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머스크 재단의 자산은 약 140억 달러(약 20조 4천억 원) 에 달하지만, 실제 기부금 사용처는 그의 사업 이익과 ‘좁게 일치하는’ 단체들에 집중돼 있다. 2024년 전체 기부금 3억 7천만 달러의 4분의 3이 머스크의 최측근이 이끄는 텍사스의 비영리재단으로 흘러갔으며, 이 재단은 머스크 기업들이 밀집한 지역에서 직원 자녀들을 위한 초등학교를 운영 중이다.
머스크는 다른 거액 기부자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입장도 취해왔다. 지난 6월 27일, 그동안 260억 달러 이상을 기부해온 매켄지 스콧(MacKenzie Scott)에 대해 한 X 이용자가 “그녀는 세상을 더 나쁜 곳으로 만들며 돈을 쓰고 있다”고 주장하자, 머스크는 이에 동의하며 “슬프게도, 맞다”고 답글을 달았다. 같은 억만장자 기부자에 대한 이례적인 공개 저격이었다.
아제모을루는 머스크의 ‘1조 달러 기부’ 제안에 한 가지 정치적 함의도 덧붙였다. “이런 서약은 전 세계인들이 억만장자와 조만장자(trillionaire)의 정치·사회적 권력에 대해 품고 있는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머스크의 “뭔가 할 거예요”라는 답변은 구체성이 전혀 없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가 공개석상에서 ‘기부’를 진지한 의제로 꺼내든 것 자체만으로도 계산된 포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테슬라·스페이스X 주가가 연일 급락하고 그가 스스로를 ‘전직 트릴리어네어’라고 부르는 지금, ‘돈의 무의미함’이라는 서사를 ‘기부 서약’으로까지 확장하는 것은 오히려 위기 국면에서 이미지를 재편하려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읽힙니다. 아제모을루의 도발을 차단하지 않고 받아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질문은 이 하나로 수렴합니다 — 머스크가 ‘I am actually going to do something’이라던 그 ‘something’이, 과거처럼 자신의 비즈니스 생태계 안에서 맴도는 돈의 재배치에 그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원문: Fortune — A Nobel economist challenged Elon Musk to donate his entire $1T fortune by 2036. Musk’s reply: ‘I am actually going to do something along these lines’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7-29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