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분노가 200년 된 기업법 체계를 흔들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가 던진 이 물음은 더 이상 수사가 아니다. 델라웨어주와의 2년 반에 걸친 법정 전쟁은 실제로 미국 기업법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고, 뉴욕타임스는 6월 17일자 매거진 커버스토리에서 이 현상을 정면으로 다뤘다.
발단은 2024년 1월이었다. 델라웨어 형평법원의 캐슬린 매코믹 판사가 머스크의 560억 달러 테슬라 보상 패키지를 무효화한 것이다. 머스크는 즉각 X에 “절대 델라웨어주에 회사를 설립하지 말라”고 쏘아붙였고, 테슬라와 SpaceX의 본거지를 텍사스로 이전했다. 이후 드롭박스, 트립어드바이저, 로블록스, 어펌, 코인베이스, 트럼프 미디어, 퍼싱스퀘어 등이 델라웨어를 떠났다. 메타와 월마트도 이전을 검토 중이다.
델라웨어주의 대응은 극적이었다. 2025년 3월, 주 의회는 이른바 ‘억만장자 법안(SB 21)’을 통과시켰다. 독립이사 규정을 완화하고, 주주들의 장부 열람권을 제한하며, 경영진의 재량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안은 머스크를 비롯한 창업자들이 델라웨어를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한 ‘패닉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법원도 움직였다. 2025년 12월 델라웨어주 대법원은 머스크의 보상 패키지를 복원했고, 2026년 4월 보니 데이비드 부판사는 머스크를 상대로 한 주주 대표소송을 ‘텍사스가 적절한 재판지’라는 이유로 기각했다. NYT는 이 일련의 과정을 두고 “델라웨어가 창업자를 달래기 위해 스스로의 법리를 뒤흔들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델라웨어 엑소더스(DExit)’가 실제 대세인지는 논란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2026년 2월 보도에 따르면, 델라웨어주의 신규 법인 설립 건수는 전년 대비 오히려 약 30% 증가했다. UCLA의 앤드류 버스타인 교수는 “DExit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단언하며, 포춘 500대 기업의 3분의 2가 여전히 델라웨어에 등록돼 있다고 지적했다.
NYT의 분석은 머스크의 반란이 기업법의 실질적 변화를 촉발했는지, 아니면 일시적 ‘퍼스널리티 드리븐’ 현상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표면적 수치만 보면 델라웨어는 건재하다. 하지만 SB 21이라는 전례 없는 입법, 그리고 텍사스가 신설한 전문 비즈니스 법원(Texas Business Court)은 분명한 지각 변동의 신호다. NYT는 2025년 8월 텍사스의 새 기업법 체계를 “기업 거버넌스의 와일드 웨스트”라고 규정한 바 있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축은 머스크의 법적 공세 수위다. 2026년 3월, 머스크 측 변호인단은 델라웨어주 대법원장이 링크드인 게시물을 통해 편향성을 드러냈다고 주장하며 기피 신청을 냈다. 이에 법원장은 스크래블 타일을 이용해 무작위로 사건을 재배정하는 초유의 방식으로 대응했다. 법조계에선 “200년 델라웨어 법원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사건의 진짜 교훈은 ‘제도와 개인 중 누가 이기는가’보다 더 복잡한 지점에 있습니다. 델라웨어는 200년간 기업들에게 ‘예측 가능한 판례법’이라는 무형자산을 팔아왔는데, 바로 그 일관성이 머스크라는 한 개인의 반발 앞에서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노출한 것입니다. 이는 마치 무디스가 단일 채권자의 항의에 등급 기준을 바꾸는 격이어서, 델라웨어가 얻은 단기적 승소보다 잃은 장기적 신뢰가 더 클 수 있습니다. 텍사스가 과연 ‘예측 가능성’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경쟁의 문이 열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미국 기업법 역사의 분기점이 될 공산이 큽니다.
원문: NYT — Elon Musk’s Feud With Delaware May Transform Corporate America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6-18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