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걸 AI가 마침내 국내 로펌 문을 두드렸어요. 그 첫 주자가 의외로 빅4가 아닌 법무법인 태평양이라는 점이 이 소식의 방점이에요. 왜 태평양이 먼저 움직였고, 이게 한국 법률 시장에 어떤 신호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겠네요.
법무법인 태평양이 1일 국내 로펌 최초로 글로벌 리걸 AI 플랫폼 ‘하비(Harvey)’를 전사 도입한다고 밝혔어요. 하비는 법률 리서치, 계약 분석, 실사, 소송 지원 등 법률 업무에 특화된 AI 플랫폼으로, 전 세계 기업과 로펌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검증된 도구예요.
태평양은 일정 기간 파일럿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법률 리서치, 문서 작성, 다국어 자료 분석 등의 업무에 하비를 활용해봤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일부 부서가 아닌 전 구성원이 사용하는 전사 플랫폼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어요.
눈에 띄는 건 태평양이 ‘한국형 최적화’에 공을 들였다는 점이에요. 한국어 전담 지원 인력과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별도로 마련하고, 국내 실무 환경에 맞춘 맞춤형 업무 구현을 지원한다는 방침이거든요. 글로벌 AI 도구를 그대로 들여오는 게 아니라 국내 법률 실무에 맞게 다듬겠다는 건데, 이 지점이 앞서 나가지 못했던 다른 대형 로펌들의 고민을 해소해줄 포인트일 수 있어요.
AI 도입에서 가장 예민한 이슈인 정보 보호와 책임 문제도 챙겼어요. 태평양은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입력된 데이터가 AI 모델의 학습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민감정보 입력 관리와 결과물에 대한 변호사의 교차 검토 절차를 포함한 AI 거버넌스를 운영한다고 밝혔어요. “‘AI는 변호사의 전문적 판단을 보조하는 도구이며, 최종 법률적 판단과 책임은 변호사가 진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에요.
이준기 대표변호사는 “반복적이고 방대한 업무를 AI가 맡는 만큼 전문가들은 전략과 판단에 집중해 고객에게 더 신속하고 정교한 자문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태평양이 특히 기대하는 건 크로스보더 M&A, 국제분쟁, 글로벌 규제 대응 분야예요. 다국어 자료와 해외 법령·판례를 AI로 더 빠르고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면, 글로벌 로펌과의 경쟁에서도 차별화 포인트가 생기거든요. 단순히 업무 효율화를 넘어서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라고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이번 태평양의 결정이 국내 법률 시장에 던지는 함의는 생각보다 커요. 그동안 국내 대형 로펌들은 AI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어요. 의뢰인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업무 특성상 보안 우려가 컸고, ‘AI가 변호사를 대체할 수 없다’는 인식도 강했죠. 그런데 태평양이 파일럿을 거쳐 전사 도입이라는 결단을 내리면서, 이제 AI 도입 여부는 ‘할까 말까’가 아니라 ‘어떻게 할까’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어요. 하비가 이미 앨런&오버리, 커크랜드&엘리스 같은 글로벌 로펌에서 실전 검증을 마친 도구라는 점도 태평양의 리스크를 낮춰준 요인이었을 거예요.
업계에서는 태평양의 사례를 지켜본 다른 대형 로펌들도 연내 유사한 리걸 AI 도입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요. 국내 로펌 시장에서 ‘AI 도입 1호’ 타이틀을 누가 가져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AI 활용 능력이 로펌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는 전환점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읽히네요.
- 원문: 블로터 — 태평양, 리걸 AI ‘하비’ 도입…”고객 가치 높일 투자”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7-01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