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SK 470조·삼성 425조, 서남권 반도체 특별위 신설

“반도체는 수도권과 지역이 함께 가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오후 광주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비전 선포식에서 꺼낸 첫 마디예요. 이 말 직후 공개된 숫자가 장내를 술렁이게 했죠. SK하이닉스 470조, 삼성전자 425조, 앰코테크놀로지 1조 원까지 — 서남권에 총 896조 원 규모의 반도체·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한꺼번에 베일을 벗었어요.

896조, 세 회사가 어떻게 나눠 가졌나

이날 선포식에서 확정된 투자 배분은 구체적이에요. SK하이닉스가 470조 원으로 가장 큰 몫을 차지했고, 삼성전자가 425조 원으로 뒤를 이었어요. 반도체 후공정(OSAT) 글로벌 2위인 앰코테크놀로지도 1조 원 규모로 합류하면서 광주를 패키징 거점으로 키운다는 구상입니다.

단순히 숫자만 큰 게 아니에요. 정부는 이날 ‘반도체 특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겠다고 발표했거든요. 인허가부터 전력·용수 인프라까지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의사결정을 한 곳으로 모으고, ‘슈퍼 패스트트랙’이라는 이름으로 행정 절차를 대폭 단축하겠다는 계획이에요. 이 대통령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제가 최종 책임지겠다”고까지 말했어요.

비유하자면, 지금까지 반도체 공장 짓는 과정이 각 부처를 돌며 도장 받는 릴레이 경주였다면, 앞으로는 특별위가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셈이에요. 용인 클러스터 착공까지 5년 넘게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프레임은 확실히 달라요.

정치권은 벌써 온도차

투자 발표 다음 날인 1일, 광주상공회의소는 “서남권 반도체 투자를 환영한다”면서도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성명을 냈어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거죠.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정치권 논리에 좌우되지 않도록 지켜볼 것”이라고 공개 경고한 바 있어요. 반도체 입지를 경제 논리가 아닌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치 프레임으로 결정하면 글로벌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예요.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이 대통령의 “호남에 균형을 맞춰야겠다”는 발언 직후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은 적도 있죠.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읽히는 지점이 있어요. SK하이닉스가 470조 원이라는 구체적 숫자를 내놓은 건, 기업 스스로 서남권을 ‘포스트 용인’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거든요. 용인 클러스터 이후 차세대 생산 거점을 미리 확보하려는 실리적 판단이 정치적 요구와 맞물린 셈이에요.

업계가 주목하는 세 가지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세 가지를 예의주시하고 있어요. 첫째는 전력이에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팹이 동시에 들어서면 서남권 전력 수요가 현재의 3배 이상으로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요. 둘째는 인력이에요. 이미 SK하이닉스가 HBM 인재를 두고 삼성전자 출신 경력자에게 ‘웃돈’을 얹어줄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한데, 서남권에 팹이 새로 열리면 인재 쟁탈전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요. 셋째는 속도예요. 특별위가 실제로 부처 간 벽을 허물 수 있을지, 용인보다 과연 빨리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거든요.

한편에서는 896조라는 숫자가 지난 29일 발표된 ‘3대 메가프로젝트’의 2,000조 원 규모 중 서남권 몫을 구체화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와요. 그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나란히 참석한 자리였죠. 불과 하루 만에 지역별 배분까지 확정된 속도감 자체가 이번 프로젝트에 걸린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셈이에요.

이번 발표가 실제 집행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수개월 안에 판가름 날 거예요. 특별위 구성과 첫 인허가 처리 속도가 바로 그 시험대가 될 테니까요. 한국 반도체 지도가 수도권 일극에서 다극 체제로 바뀔 수 있을지, 그 첫 페이지가 지금 넘어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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