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만 깨워서 350억을 이겼어요
지난 8월 ‘솔라 프로 4’로 글로벌 API 시장의 문을 두드린 지 두 달. 업스테이지가 10월 1일, 그 짝이 되는 경량 모델을 꺼내 들었어요. 회사가 공개한 경량언어모델(SLM) ‘솔라 미니 4’는 전체 350억 개 매개변수를 갖췄지만, 실제 추론에서는 30억 개만 선택적으로 깨워 쓰는 구조를 택했습니다.

비결은 전문가혼합(MoE) 구조예요. 모델 안에 여러 개의 전문가 신경망을 나눠 두고, 질문이 들어오면 그 일에 맞는 전문가만 호출하는 방식입니다. 회사 전체 인력을 다 동원하지 않고, 해당 업무를 잘하는 담당자 몇 명만 부르는 것과 비슷하거든요. 덕분에 350억 개를 전부 계산하는 모델과 비슷한 성능을 내면서도 연산량과 비용은 크게 줄일 수 있어요.
성적표도 나왔습니다. 활성 매개변수 30억 개 규모 소형 모델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글로벌 AI 평가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인텔리전스 인덱스(AAII)’에서 종합 24점을 받았어요. 알리바바 ‘큐원 3.6-35B-A3B’와 엔비디아 ‘네모트론 3.5 라이트닝’ 같은 동급 모델을 앞선 점수입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 눈에 띄는 건 비교 대상이 알리바바와 엔비디아라는 점이에요. 두 회사는 각각 중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모델·칩 강자로, 비슷한 체급의 경량 모델을 이미 시장에 풀어둔 상태입니다. 국산 모델이 국내에서만 통하는 성적표가 아니라 글로벌 동급 모델과 직접 겨룬 수치로 앞섰다는 뜻이죠. 다만 벤치마크 점수가 실제 업무 환경의 만족도와 늘 일치하는 건 아니어서, 기업 도입 사례가 쌓여야 검증이 끝납니다.
업계에선 최근 기업용 AI의 무게가 거대 모델 경쟁에서 ‘비용 대비 성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봐요. 모든 업무에 최고 성능 모델을 붙이는 대신, 반복 업무는 가볍고 저렴한 모델에 맡기고 판단이 필요한 지점에만 고성능 모델을 쓰는 방식이 확산하는 흐름입니다.
실무에서 체감할 변화는 ‘어디에 설치하느냐’예요. 솔라 미니 4는 기업 내부 서버에 직접 설치하는 온프레미스 환경을 지원하고, 양자화를 적용하면 그래픽처리장치(GPU) 1장으로도 구동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외부로 내보내기 어려운 금융·공공·제조 기관이 자체 서버에 모델을 얹어 대량 반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에요. 모델 공개와 동시에 글로벌 API 라우팅 플랫폼 ‘오픈라우터’를 통한 API 제공도 시작했습니다.
이번 라인업은 회사가 밀고 있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어요. 업스테이지는 앞서 추론과 도구 호출 역량을 강화한 오픈웨이트 언어모델 ‘솔라 오픈2’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개발자와 기업이 직접 가져다 쓰는 오픈웨이트 라인과, 완성도를 다듬어 상용으로 내놓는 프로·미니 라인이 나란히 굴러가는 구조입니다. 두 갈래 모두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모델이라는 점이 이 회사 전략의 핵심이에요.
업스테이지가 그리는 그림은 투트랙 체제예요. 복잡한 판단이 필요한 고난도 에이전트 업무는 ‘솔라 프로’가, 반복적인 업무 자동화는 ‘솔라 미니’가 맡고, 기업이 업무 난이도와 처리량에 따라 두 모델을 조합해 성능과 비용을 맞추게 한다는 구상이에요.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복잡한 에이전트 업무는 프로, 대규모 업무 자동화는 미니로 체계화해 기업이 업무에 가장 알맞은 AI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국내 AI 생태계에서 두 가지 의미로 읽혀요. 우선 경량 모델 경쟁이 ‘얼마나 큰가’에서 ‘얼마나 적게 켜고 잘하나’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셈이죠. 또 하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로 확보한 역량이 오픈웨이트 모델 ‘솔라 오픈2’와 상용 라인업으로 나뉘어 흐르고 있다는 점이에요. 앞서 스타트업들이 모델 크기 경쟁에서 밀리던 흐름과는 결이 다릅니다. 성능 수치가 실제 기업 도입으로 이어지는지가 다음 확인 지점이 되겠네요.
원문: 전자신문 — 업스테이지, 소형 LLM ‘솔라 미니 4’ 공개…350억 파라미터 규모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10-01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