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식스, 피지컬 AI로 제조 자동화 사각지대 뚫었네요

“숙련공들이 작업하는 동안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AI) 모델에 학습하면 비정형 공정의 난제도 풀 수 있습니다”

문태연 카본식스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제조의 가능성을 다시 쓰는 피지컬 AI’를 주제로 열린 미디어 설명회에서 한 말인데요. 자동화가 늘 손대지 못했던 제조 현장의 ‘비정형 공정’을 로봇에게 배우게 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 손끝을 데이터로 옮기는 방식

방식은 단순합니다. 숙련공이 작업하는 한두 시간 동안 비전·모션 데이터를 모으고, 소프트웨어에서 전처리한 뒤 자체 개발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해당 작업에 맞춰 하루 정도 파인튜닝합니다. 새 로봇을 위해 동작을 처음부터 설계하는 대신, 옆에서 일하던 사람의 손 기술을 그대로 옮겨 심는 셈이죠.

현장에서는 정해진 위치와 각도만 반복하는 기존 자동화로는 잡기 어려웠던 작업이 대상입니다. 전기차 커넥터 체결이나 TV 조립 검사 과정에서 파워케이블·USB를 탈착하는 작업이 대표적이에요. 로봇이 커넥터 위치와 작업물 각도 변화를 인식하고, 부품에 붙은 필름을 결 방향에 맞춰 뜯도록 학습시켰습니다.

위험 공정도 넘어섰습니다. 위험 화학물질을 담은 가방 형태의 ‘폼백’을 크레인 고리에 거는 작업이 그 예인데요. 위험 물질이 사람 머리 위를 지나가지만 손잡이가 유연해 기존 로봇으로는 잡기 어려웠던 공정입니다.

창원·광주로 내려가는 적용 범위

확산 속도도 눈에 띕니다. 카본식스는 대기업뿐 아니라 창원·광주 등 지역 중소·중견 제조기업으로 피지컬 AI 적용을 넓히고 있어요. 지난 11일 창원에 지사를 세웠고, 최근 문을 연 경남 제조 AI 데이터센터에서도 제조 기업과 샘플 데이터를 모아 학습한 뒤 현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협의 중입니다.

문 대표는 지역 제조업의 잠재력을 높게 봤습니다. 중소기업은 자금 여력이 제한적이지만, 자동화 수준이 수주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겁니다. 효율화한 제품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설명이에요.

승부처는 데이터로 모아집니다. 서형주 카본식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챗GPT는 언어 데이터 기반 모델이지만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데이터 소스도 다양하고 적용해야 할 로봇 종류도 많다”며 “어떤 소스의 데이터를 얼마나 모았을 때 성능이 얼마나 좋아지는지에 대한 수식도 복잡해지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로봇 연구의 무게중심이 학계에서 산업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도 함께 내놨고요.

그가 꼽은 남은 숙제도 분명합니다. 제조업 공정은 비정형성이 높아 동작을 미리 설계하기 어렵거나 정교한 손동작이 필요한 작업이 여전히 자동화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겁니다. 그 자리를 피지컬 AI가 채워야 한다는 것이 카본식스의 문제 설정이에요.

같은 흐름은 다른 스타트업에서도 확인됩니다. 영상 AI 기업 트웰브랩스는 26일 방송·미디어 중심이던 사업 구조를 국내 스마트 제조와 피지컬 AI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영업 조직과 에이전트 개발진 채용을 늘려 2025년 초 대비 한국 사무실 인력이 50% 이상 늘었다는 설명이에요.

자동화 문턱이 낮아지는지가 관건

이게 우리한테 뭐가 의미 있냐면요, 지금까지 피지컬 AI는 대기업 시연장이나 전시회 영상 속 이야기로 남아 있었거든요. 중소 공장이 실제 라인에 로봇을 붙이려면 데이터를 모으고 모델을 다듬는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데, 숙련공의 한두 시간 작업으로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식은 그 부담을 크게 낮춥니다.

이번 변화는 국내 피지컬 AI가 시연 단계를 지나 지역 제조 현장의 실사용 단계로 넘어가는 신호로 읽혀요. 대기업 라인에서 검증된 기술이 중소 공장까지 얼마나 빠르게 퍼지는지, 지역 데이터센터에서 모은 샘플 데이터가 실제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의 성능을 가르는 데이터 확보 경쟁이 국내 제조업의 다음 판을 정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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