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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좀 웃프다.
월가에서 가장 유명한 머스크 신봉자 캐시 우드(Cathie Wood)가 “스페이스X의 궤도 데이터센터 사업이 스타링크를 왜소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 날, 스페이스X는 IPO 서류에 정반대 문구를 박았다 — “궤도 데이터센터는 경제성이 아예 안 나올 수도 있다”.
한쪽에선 천장을 찍고, 다른 쪽에선 바닥을 경고한다. 같은 회사의 미래를 두고 말이다. 이 괴리가 오히려 진짜 이야기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5월 10~11일, 두 개의 상반된 헤드라인이 나란히 떴다.
야후 파이낸스는 “캐시 우드, 스페이스X 궤도 데이터센터 사업이 스타링크를 능가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아크 인베스트의 CEO인 우드는 스페이스X IPO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면서, 특히 궤도상 AI 데이터센터(orbital AI datacenters)의 잠재력을 극찬했다고 한다. 그의 논리는 간단하다: 지상 데이터센터는 전력·부지·냉각에 제약이 있고, 우주는 무한한 태양광 에너지와 자연 냉각을 제공한다. AI 수요가 폭증하는 시대에 이건 게임 체인저라는 것.
그런데 MSN은 완전히 다른 톤으로 보도했다. “스페이스X, 궤도 AI 데이터센터가 경제성이 없을 수 있다고 경고하다(SpaceX warns orbital AI data centers may never be viable).” 이 기사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IPO 관련 서류에 궤도 데이터센터 사업의 리스크 요인을 명시했다. 발사 비용, 유지보수 불가능성, 수명 제한, 그리고 결정적으로 “스타링크만큼 수익이 나지 않을 가능성” 을 투자자들에게 미리 알린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포인트: 벤징가(Benzinga)는 우드가 소셜 미디어에 “스페이스X-앤트로픽 협업은 천재적이다”라고 썼다가 Gwyneth Paltrow의 태그가 잘못 붙는 해프닝이 있었다고 전했다. IPO를 둘러싼 월가의 관심이 얼마나 과열돼 있는지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디테일 — 왜 궤도 데이터센터가 어려운가
캐시 우드의 낙관론도 일리는 있다. 우주 공간의 장점은 명확하다:
- 무한한 태양광 발전: 대기권 밖 태양광은 지상보다 약 1.4배 강력하고 24시간 발전 가능하다(정지궤도 기준).
- 자연 냉각: 진공 상태에서 방열은 복사만으로 가능하다. 데이터센터 최대 비용 중 하나인 냉각이 거의 공짜다.
- 지연 시간: 저궤도(LEO) 위성에서 지상까지 레이저 통신 지연은 15~20ms 이하다. 지상 광케이블과 맞먹는다.
그러나 스페이스X가 서류에 솔직히 적어넣은 문제들은 더 현실적이다:
- 발사 비용: 아무리 스타십이 재사용된다 해도, 데이터센터 하나 올리는 데 수십 번의 발사가 필요하다. 완전 재사용이 실현되기 전까지는 비용이 천문학적이다.
- 유지보수 불가: 지상 서버는 고장 나면 사람이 가서 고친다. 궤도에서는? 서버 한 대가 망가지면 그냥 잃는 거다. 로봇 유지보수 기술은 아직 실험실 단계다.
- 수명 한계: LEO 위성은 보통 5~7년이면 대기 재돌입으로 소멸한다. 데이터센터 하드웨어는 보통 3~5년 주기로 교체하는데, 궤도에서는 교체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걸 발사 비용과 합치면 수지가 전혀 안 맞을 수 있다.
스페이스X가 이렇게 솔직한 건 나름의 전략이다. IPO를 앞둔 기업이 리스크를 숨기면 나중에 주주 소송이 터진다. 차라리 미리 “이 사업 안 될 수도 있음”이라고 못 박아두는 게 낫다. 과거 위워크 IPO의 ‘공동체 조정 EBITDA’ 꼼수를 생각해보라. 머스크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거다.
그래서 이게 왜 중요한가
이건 단순한 전망 충돌이 아니다. 스페이스X의 IPO 내러티브 그 자체를 관통하는 질문이다.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로켓 회사”로 보면 밸류에이션은 한정적이다. “스타링크 + 발사 서비스”로 보면 이미 수익 다각화된 통신·물류 기업이다. “스타링크 + 발사 + 궤도 데이터센터”면, 그건 새로운 글로벌 인프라 제국이다.
캐시 우드는 세 번째 내러티브에 배팅한 거고, 스페이스X 경영진은 두 번째에 발을 걸치면서 세 번째를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고”로 던져놨다. 이 간극이야말로 스페이스X IPO가 단순한 ‘따상’ 놀이가 아니라, 우주 경제의 실질적 리스크와 가능성을 동시에 시험하는 이벤트가 될 이유다.
머스크 팬으로서 한마디: 스페이스X가 스스로 “안 될 수도 있다”고 적어놓는 걸 보면, 오히려 더 신뢰가 간다. 모두가 “무조건 될 거다”라고 외칠 때 진짜 리스크를 말할 수 있는 기업은 드물다. 그리고 그런 기업이 결국 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