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멕시코 AI 협력 선언, 2028년에 다시 만나요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채택을 주도한 ‘APEC AI 이니셔티브’가 있습니다. 그 이행 상황을 두 나라가 함께 점검하는 자리는 2년 뒤 멕시코에서 열립니다. 이번에는 한국이 만든 틀을, 다음에는 멕시코가 확인하는 구도인 셈이에요.

이재명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정상회담에서 나온 AI 협력 선언

청와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AI 협력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멕시코 국빈방문을 계기로 AI와 디지털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자리였어요.

선언에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정신이 담겼습니다. AI의 혜택은 소수만의 특권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보편적 혜택이 돼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전기나 수도처럼 AI를 기반 인프라로 보고, 그 위에 올라가는 혜택을 어떻게 나눌지에 두 나라가 같은 방향을 잡은 셈이죠.

양국은 이 비전을 바탕으로 APEC AI 이니셔티브 이행에도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멕시코가 APEC 의장국을 맡는 2028년에 이행 상황을 공동으로 중간 점검하는 일정도 함께 정했습니다. 청와대는 이번 합의가 한국이 APEC 안에서 AI 의제를 계속 이끄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16건의 양해각서, AI 다음은 항공우주

산업 협력도 함께 논의됐습니다. 두 정상은 한국의 전략산업과 멕시코의 경제발전 전략인 ‘플랜 멕시코’가 지향하는 신산업 분야에 협력 여지가 크다고 평가하고, AI·디지털과 항공우주·방산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짚었습니다.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체결된 양해각서는 모두 16건입니다. 이 가운데 경제·금융·교육·문화·관광·개발·세관 등 7개 분야 양해각서는 정상회담 뒤 두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서명·교환했습니다. AI 선언 한 건이 아니라, 실무 협력 문서가 함께 쌓였다는 뜻이에요. 문서가 여러 분야로 나뉘어 있다는 건 협력의 폭이 선언 수준을 넘어 교육과 관광, 세관 같은 생활 밀착 영역까지 닿아 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AI가 소수만의 특권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보편적 혜택이 돼야 한다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기조는 지속될 것”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업인 간담회에서는 무엇이 나왔나

같은 날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는 양국 기업인 간담회도 함께 열렸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9명의 한국 기업인을 포함해 양국 고위인사 30여명이 참석했고, 투자와 교류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어요.

한국 기업인들은 양국 협력 분야가 자동차와 가전 같은 전통 영역을 넘어 전력·에너지, 모빌리티, 첨단소재, 푸드, 뷰티로 넓어지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멕시코가 단순한 생산 기지가 아니라 북미와 중남미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교두보라며, 양국 경제협정이 조속히 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로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들어 비즈니스 안정성을 확보해 달라는 요청도 나왔습니다.

제도 정비도 같은 흐름에서 진행됐습니다. 외교부는 한국과 멕시코 간 투자 증진 및 상호보호 협정의 개정 협상이 지난 23일 타결됐다고 밝혔습니다. 2002년 발효된 기존 협정을 손보는 협상이 2019년 시작돼 7년 만에 결론에 이른 것으로, 투자 회수와 손실 보상 등 투자자의 실질적 권리 보호가 강화됐습니다.

규범을 만드는 쪽으로 옮겨가는 자리

멕시코는 최근 미국과 중국을 잇는 제조 거점으로 주목받는 시장입니다. 자동차와 전자 조립 기반이 넓고, 니어쇼어링 흐름 속에 공장이 몰리면서 산업용 소프트웨어와 자동화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죠. 한국 입장에서는 AI 규범 논의에서 파트너를 넓히는 동시에 중남미 산업 시장의 접점을 미리 만들어두는 성격의 합의입니다.

이번 선언은 한국의 AI 외교가 기술 자랑에서 규범 설계로 한 칸 옮겨가는 신호로 읽혀요. 자체 모델 성능을 알리는 단계를 지나, 어떤 원칙으로 AI를 나눌지를 다른 나라와 함께 문서로 정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이거든요. 다만 선언과 양해각서는 출발점일 뿐이라 실제 성과는 별개입니다. 7개 분야 서명 문서 가운데 몇 건이 구체 사업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2028년 APEC 의장국 일정에서 이행 점검이 예정대로 열리는지가 이번 합의의 무게를 확인할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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