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ISTI, 양자암호통신 국제표준 연동 첫 개발

“QKD 시뮬레이터는 통신거리와 광 손실 등 실제 장비에서 변경하기 어려운 조건을 가상환경에서 자유롭게 설정해 시험할 수 있다.”

송중석 KISTI 네트워크미래기술연구 본부장이 이 기술을 소개하며 꺼낸 설명이에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SK텔레콤이 양자암호통신망을 실제로 짓기 전에, 여러 통신환경에서 성능과 운용 가능성을 미리 시험해볼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해 공개했습니다.

KISTI-SKT-SKB 연구진

실제 회선 걸기 전에 ‘예행연습’부터

핵심은 서로 다른 두 조각을 국제표준 방식으로 실시간 연결한 데 있어요. KISTI가 만든 양자키분배(QKD) 시뮬레이터와 SK텔레콤의 쿠버네티스 기반 키관리 시스템(KM)을 이어 붙인 겁니다. 송 본부장은 “이들 기술을 국제표준인 ‘ETSI GS QKD 014’ 호환 인터페이스로 연결했다”며 “시뮬레이터의 실시간 상태 정보(텔레메트리)는 차세대 국제표준인 ‘ETSI GS QKD 023’ 호환 인터페이스를 통해 KM과 연결했다”고 설명했어요.

쿠버네티스는 여러 서버에 흩어진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띄우고 관리해주는 오픈소스 플랫폼입니다. 여기에 KISTI의 시뮬레이터가 붙으면, 키관리 시스템이 양자키를 요청하는 순간 시뮬레이터가 여러 양자키분배 통신환경을 만들어내고 그 환경에서 나온 양자키를 실시간으로 넘겨줍니다. 키를 만드는 단계부터 관리하고 공급하는 단계까지 한 줄로 이어 검증할 수 있는 셈이죠.

양자키분배를 조금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열쇠를 몰래 들여다보는 순간 그 흔적이 남아 열쇠 값 자체가 달라지는 방식이에요. 도청을 막는 게 아니라 도청을 하면 바로 들키게 만드는 구조인 거죠. 그래서 실제 문에 자물쇠를 달기 전에, 시험대 위에서 열고 닫아보는 연습이 꼭 필요합니다.

숫자로 보면

이번 성과에서 눈에 띄는 숫자는 세 가지입니다. 먼저 연동에 쓰인 국제표준이 ‘ETSI GS QKD 014’와 차세대 표준인 ‘ETSI GS QKD 023’ 두 종이에요. 여기에 서로 다른 소속의 연구진이 한 팀을 이뤘습니다. KISTI 양자통신망연구센터와 SK텔레콤 유선테크팀, SK브로드밴드 액세스 솔루션팀이 함께했죠.

기술이 처음 공개된 자리도 지난 21일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유럽 최대 광통신 국제행사 ‘ECOC 2026’였습니다. SK브로드밴드 전시 부스를 통해 소개됐어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것도 이 자리에서입니다.

왜 통신사가 여기에 힘을 쓰는가

KISTI는 지금 국가연구망을 기반으로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하는 중입니다. 향후에는 국가연구망과 상용망을 연동하는 국가 수준의 확장도 계획하고 있어요. SK텔레콤 쪽 시각도 비슷합니다. 류탁기 SKT 네트워크기술 담당은 “쿠버네티스 기반 키관리 시스템과 양자키분배 시뮬레이터를 연계해 다양한 네트워크 환경과 키관리 기능을 유연하게 검증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기반으로 확장성 높은 양자암호통신망 운용 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양자암호통신이 아직 상용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단계라는 점을 먼저 짚습니다. 그만큼 ‘장비를 사다 놓고도 못 켜보는’ 위험이 큰 사업이고, 그래서 검증 환경을 누가 먼저 갖추느냐가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 변화는 국산 양자암호통신이 실험실 데모를 넘어 상용망 검증 단계로 넘어가는 신호로 읽혀요. 통신 장비와 보안 솔루션을 파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표준 호환을 미리 맞춰둘 수 있는 무대가 생긴 셈이고, 국가연구망에서 쌓은 검증 데이터가 상용망 계약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KISTI의 국가연구망-상용망 연동 일정과, 이 검증 환경을 실제 사업에 먼저 붙이는 통신사가 어디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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