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AI 에이전트 175개, 금융 AX 통제 실험대

신한은행은 직원용 통합 AI 플랫폼을 확대하는 길을 택했고, 하나은행은 여신 업무 초안 작성 시간을 줄이는 쪽에 집중했다. 그런데 우리은행이 꺼내 든 카드는 좀 달라요. 175개. 무려 175개의 AI 에이전트를 은행 핵심 업무에 동시에 배치하겠다는, 말하자면 ‘풀스케일 AX 실험’에 가까운 전략이거든요.

우리은행은 최근 삼성SDS를 ‘AX를 위한 AI 에이전트 구축’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884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여신, 자산관리, 내부통제, 고객상담, 업무자동화 등 5대 영역 29개 핵심 업무에 걸쳐 175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배치하는 것이 골자다. 4대 은행 중 단일 사업 기준으로 가장 넓은 적용 범위를 가져간 셈이에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에이전트가 한두 개일 때는 사람이 수기로 점검하고 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그만이지만, 175개가 동시에 돌아가면 얘기가 달라지거든요. 어떤 모델이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고, 어느 업무에서 어떤 권한으로 작동했는지, 결과물에 오류가 있을 때 누가 멈추고 누가 책임질지 — 이걸 추적할 수 있어야만 ‘통제 가능한 AI’라고 부를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은행이 함께 들여온 게 ‘AI Workbench’라는 거버넌스 솔루션이다. 지티원이 개발한 이 플랫폼은 머신러닝 모형부터 생성형 AI 모델까지 전체 수명주기를 표준화하고 위험등급 분류, 컴플라이언스 검증을 지원한다. 모델명, 담당자, 학습·참조 데이터 출처, 위험등급, 변경 이력, 배포 승인 기록을 중앙에서 전산화해 관리하는 구조다. “175개 에이전트의 통제장부”라고 보면 정확하겠네요.

타이밍도 절묘하다. 금융위원회의 개정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이 지난 22일부터 시행됐는데, 핵심은 AI를 최종 의사결정자가 아닌 임직원의 보조수단으로 규정한다는 점이다. 산출 결과에 따른 최종 결정과 책임은 금융회사와 임직원에게 있다. 우리은행은 여기에 맞춰 AI윤리위원회를 운영 중이며, AX혁신그룹장이 위원장을 맡고 리스크·준법·소비자보호·정보보호 부서장이 함께 참여하는 심의 체계를 갖췄다.

눈여겨볼 대목은 ‘중단 권한’의 설계다. 175개 에이전트가 동시에 작동하다 보면, 생성형 모델의 환각(할루시네이션), 이상거래탐지 오탐, 외부 클라우드 장애 같은 돌발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어느 부서가 어떤 절차로 해당 서비스를 격리하고 수동 처리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해둬야 한다. 이 부분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금융권 전체로 보면 이번 우리은행의 행보는 일종의 ‘선행 실험’ 성격이 강하다. 국내 은행들이 AI 도입을 서두르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가장 공격적인 규모로 베팅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통제·거버넌스 이슈를 먼저 겪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AI 에이전트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서비스 기획부터 운영, 모니터링까지 전 과정에서 책임 있는 활용과 통제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가 성공한다면 ‘금융 AX의 우리은행 모델’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어요. 반대로 통제 시스템이 에이전트 확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175개라는 숫자는 자랑이 아니라 리스크 목록으로 남을 수도 있고요. 어느 쪽이든 국내 금융권 AX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실험이 시작됐어요.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