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19개국, 디지털 전송 무관세 합의 — 한국 콘텐츠 숨통

WTO 각료회의
출처: 로이터 / 연합뉴스 — 제14차 WTO 각료회의

이 뉴스, 생각보다 조용히 지나갔는데 실은 꽤 큰 얘기예요. 저도 처음 제목만 보고 “또 무슨 회의였나” 했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한국 IT 수출 기업들한테는 진짜 오랜만의 희소식이더라고요.

지난 3월 WTO 각료회의에서 디지털 무관세 연장이 무산됐다는 소식, 기억나세요? 그때 “이제 넷플릭스·게임 결제에 관세 붙는 거 아니냐”는 걱정이 좀 있었잖아요. 그런데 한국과 미국, 일본이 주도한 19개국이 자체 합의로 이 문제를 일단 봉합했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7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노르웨이 등 WTO 19개 회원국이 디지털 전송에 대해 무기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어요. 효력은 8일부터 바로 시작됐고요.

원래 WTO는 1998년부터 ‘전자상거래 무관세 관행(모라토리엄)’을 유지해왔는데, 이걸 2년마다 갱신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런데 지난 3월 카메룬 야운데에서 열린 제14차 각료회의에서 브라질 등이 연장에 반대하면서 27년 묵은 이 관행이 사상 처음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했거든요.

기존 모라토리엄의 유효 시한이 3월까지였는데, WTO 전체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거죠. 그러자 한국·미국·일본을 비롯한 디지털 강국들이 “우리끼리라도 하자”며 별도 합의를 추진했고, 이번에 19개국이 뜻을 모은 거예요.

합의 문건에서 이들 국가는 “다자간 모라토리엄이 지연된 데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예측 가능성과 확실성을 제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전념하겠다”고 밝혔어요. 다른 회원국들의 동참도 촉구했고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 숫자, 발언, 기술 포인트

이 합의가 커버하는 범위를 정리해볼게요. 음악·영상 스트리밍,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클라우드 서비스, 게임 콘텐츠, 전자책 등 국경을 넘는 모든 디지털 전송이 대상이에요. 쉽게 말해 우리가 해외 넷플릭스를 보거나, 한국 게임을 해외에서 다운로드 받을 때 관세가 붙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눈여겨볼 점은 ‘특정하지 않은 기간(unspecified period)’ 이라는 표현이에요. 2년마다 갱신하던 임시방편이 아니라, 사실상 영구적 제도화에 가까운 합의라는 거죠. 디지털 경제 규모가 큰 회원국들이 오랫동안 바라던 방향이에요.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 합의는 특히 의미가 커요. 한국은 세계 7위 디지털 서비스 수출국이고, K-콘텐츠·게임·클라우드가 전체 서비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커지고 있거든요. 무관세가 깨지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에요.

다만 아쉬운 점도 있어요. 19개국이 합의했지만 EU나 브라질 같은 주요국은 빠져 있어요. 글로벌 디지털 무역 질서가 WTO 전체 합의가 아닌 ‘의지 있는 국가들끼리의 클럽’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도 보이는 거죠.

이게 우리한테 어떤 의미일까요

솔직히 이 합의가 없었다면,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 IT 기업들의 해외 매출 원가에 ‘디지털 관세’라는 새 항목이 생길 뻔했어요. 게임사, 음원 유통사, 클라우드 기업들한테는 정말 아찔한 시나리오였죠.

그런데 이번 합의로 당장의 리스크는 해소됐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남았어요. WTO 전체 합의가 아닌 일부 국가들의 자체 합의라는 점에서,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는 기반이라는 거죠. EU나 신흥국들이 다른 규칙을 들고나오면 또 다른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어요.

그래도 일단은 “한국 디지털 수출, 올해도 무관세로 간다” 는 확실한 신호가 나온 게 중요해요. 올해 초부터 이 문제로 마음 졸였던 업계 관계자들한테는 진짜 반가운 소식일 거예요. WTO 다자 체제의 균열을 보여준 사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이 디지털 통상 질서의 주도국으로 나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요.

이 흐름, 앞으로 EU와의 디지털 통상 협상에서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거예요. 계속 지켜봐야겠어요.